DDA_DDAMAE/Tattoo_history

00. 첫 타투는 계획대로 되지않아.

dda-ddamae 2025. 2. 18. 07:42

 

00. 모두가 그러듯 나도 첫 시작은 내 이야기로 해보고싶다.

 

         어릴 때부터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지금이야 이런저런 살이 붙어 어릴 때보다는 구체적인 ‘어떤’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지 항목이 생겼지만 어릴 때는 외모에 가장 관심이 많을 시기이니 멋진 어른이란 외모가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했다. 학생 때를 떠올려보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멋진 모습을 따라가려 많이 애썼다. 머리를 갑자기 엄청 짧게 잘라 엄마 아빠와 선생님들을 놀라게도 해봤고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을 두려고 애썼다. 그 배경에는 다들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을 때 그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며 다른 사람들을 복제하며 살지말라 네 개성으로 살아라 하고 하던 아빠의 절규와 조언이 있었다. 이 말은 나의 유년시절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언이 되지만 그와 동시에 그 개성이란 것들도 허락된 영역이 있고 아닌 영역이 있다는 것을 (문신과 담배만은 절대 안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마주하고 나서는 체력도 좋았고 시간도 많았던 학생시절의 나는 대놓고 반항을 하지는 못했으나 몰래몰래 반항과 일탈을 꿈꾸며 19살을 보냈다. 차라리 안 된다고 말을 안 했으면 이렇게까지 집착하지는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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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tattooer . 2018

 

01. 나의 첫 타투는 느슨한 긴장감으로 시작되었다.

 

        22살까지는 나를 아직 잘 몰라서 이런저런 해프닝도 벌어지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소년만화처럼 주인공 방황한번 시련한번 기회한번 챕터를 보냈다. 그 사건사고 많은 기간을 지나 대학교 4학년 안정기 시즌을 맞이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계속 눈여겨만 보던 타투라는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로 한다. 누가 뭐라하던 나에게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작업자와 연락하는지 잘 모르던 때였다. 막연하게 타투가 받고싶어. 팔 한가득 타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졸라 멋질 것 같은데. 라는 생각만 하면서 20대 초반을 보냈고 사실 3학년 때 까지는 내가 갖고 싶은 거 사느라 그리고 그 취향이라는 언저리에서 삽질도 하고 헤매느라 돈을 모을 겨를이 없었는데 이제 어느정도 안정기를 갖춘 4학년은 작더라도 졸업반인 나에게 선물을 해볼까 돈을 모아 무엇을 해볼까 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게 타투였고.

 

        현재진행형으로 트위터가 공기와 같은 나는 2018년에도 여느날처럼 슥-뽕 슥-뽕을 반복하다 한 계정을 발견하게 되는데 귀여운 도안들을 몇개 올려둔 계정이었다. 아직 엄마 아빠에게 나 타투있어! 라고하면 비오는 날 먼지 나게 맞고 쫓겨날 상황이었기에 작정하고 보여주지 않는이상 평소에는 안 보이는 옆구리 쪽에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딱 맞는 귀여운 처키 타투를 보게 된 것이다. 아마 DM으로 처음 연락을 드렸던 것 같은데 그때 손에 땀이 엄청 났을 것이다. 예약금을 보내고 장소를 받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커졌다. 아 얼마나 아플지, 작업실은 어떨지, 작업자는 또 어떤 모습일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당시 가까이 지내던 동기에게 이야기했더니 본인도 구경을 가고 싶다며 동행하자는 얘기를 들었고 시간이 꽤 걸리는데 기다릴 수만 있다면 같이 가자고 한 뒤 당일이 찾아왔다. 학기 중이었는지 방학 중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날 날씨가 막 더워지던 때였던 건 기억이 난다. 가방이 꽤 무거운 상태였고 처음으로 가보는 해방촌의 육교가 사진처럼 기억이 난다. 타투 예약시간이 오후 한 두시 정도였고 작업이 끝나고 밥을 먹자고 약속이 되어있었기에 받은 주소 근처에서 동기와 만나 언덕길을 올랐었다. 장소에 도착해서 작업자분께 연락을 했었는데 회신이 늦었다. 예약금은 보냈는데 회신이 늦어서 나 이대로 작업을 못 받나 생각하던 차 오늘 작업이 있던 사실을 깜빡하셔서 이제야 일어나셨었나 아무튼 30분에서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시길래 잔뜩 긴장했던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덕분에 힘이 쭉 빠졌다. 커피를 사서 근처를 배회했었나 아니면 카페에 아주 잠깐 앉아있었던가 기억은 가물하지만 둘이서 이게 무슨 상황이지하며 이른 더위에 수다를 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수다를 떨긴했지만 나는 긴장을 하고있던 때라 뭐라 떠들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작업자분이 헐레벌떡 달려오시는 게 보였다. 동기를 앉혀두고 안내를 받고 작업대에 누워 작업을 받는 동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안 아파서 타투가 체질인가 보군. 했던 기억과 타투가 오래걸리는 구나 밖에서 기다리는 동기에게 기다리기 힘들면 집에 먼저 들어가봐도 된다 라고 했던 기억뿐이다. 긴장을 너무 오래하면 체념의 단계에 들어선다고 하지않는가 내가 그랬기에 첫 작업이었지만 안 아파했던 것 같다. 긴장한 채 기다림에 지쳐 그저 누워있고 싶던 나에게 알맞은 첫 타투받기였다. 기다림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작업은 완벽했고 만족스러웠다.  그 긴장되던 초 여름날 당시에는 운명인지 몰랐으나 아무튼 지금도 앞으로도 사랑하리라 장담하는 작업자(@h_tattooer) 분을 만난 첫날이었다. 혹여나 덧붙이지만 이날만 h님이 늦으신거지 그 이후에는 늘 준비를 마친 채 나를 반겨주셨다. 나의 오타쿠적 관점에서는 완벽한 사람에게 인간미있는 한 가지 해프닝정도 일어난 거구나 라고 말하고 싶다.

 

      그날 작업이 끝나고 기다려준 동기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매우 지친 채 쌀국수를 먹으러갔다. 옆구리가 뜨끈하게 지져진 기분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한창 거울에 타투를 비춰보며 옆구리를 내려다보며 신나서 사진도 찍고 거울 앞에서 춤도 췄던 것 같다. 처음으로 내 의사로 내 맘대로 나름 커다란(?) 일을 저질러본 날이었다. 유치하지만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 처음의 기억은 아마 살아가면서 타투가 눈에 보일 때마다 생각이 날 것이고 타투의 장점이란 일부러 지우지 않는 이상 나와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니 이 날의 짜릿한 기억도 나와 평생을 함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