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망한 타투는 다른 멋진 타투로 잊혀지네
타투인생 칠천오백년인 나에게도 망한 타투라는 역사는 존재한다. 당연한일이다. 타투를 많이받으면 망한 타투를 받게될 가능성도 함께 올라간다. 다만, 절대 h님의 타투로 망했다는게 아니다. 다른 작업자였고. 나는 그 당시에 정서적으로 제정신도 아니었다.
오은영선생님의 명언이 있다. 다 울었니? 그러면 이제 할일을 하자. 그 말대로 후회로 가득한 타투를 받고난후에 관리도 제대로 안했다. 발색이라도 빠지길 바라면서 하 세상에나. 이놈의 망한타투 어떻게 새겼는지 지워지지도 않고 발색도 존재감있게 남아버렸다. 그러면 이제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겠지? 적금도 좀 깨고, 눈물도 좀 훔치면서 말이다. 한-창 방황으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난다. 코로나는 어느정도 컨트롤이 되어가고있었고 백신도 두방을 맞고 격리도 해제되어 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쏟아져나올 시기였다. 이때의 나는 나름의 새로운 도전 늘 생각만해오던 일을 해보겠다며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크게 데어서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을 한바가지 하던 시기였다. 이때의 나를 생각하면 뭐 이런 인간이 다있어? 세상에서 본인이 제일불쌍하지? 미친놈아냐 이거 할만큼 별로인 인간이었는데 그것이 나의 타투인생에도 영향을 끼쳤고 망했다면서 깔깔거리며 미친듯이 웃지도 그렇다고 펑펑 주저앉아 울지도 못하는 사건을 터트리고야 만다.
정말 감사하게도 타투는 망해도 수습할 방법이 있다. 그게 사이즈가 작아서 망정이지. 지금 떠올리면 사이즈라도 작아서 커버업이 가능했던게 정말 행운이었구나 생각한다. 돈은 이제 좀 모였으니 h님에게 연락을 드리기로한다. 최근에 작업하셨던 액자프레임의 오래된 고딕 성의 풍경 작업을 보니 저 도안의 분위기로 가면 딱 좋겠어! 하며 생각이 맑아졌다. 두번째 단계로 나를 잘 알아오던 지인들에게 물었다. 나를 떠올리면 무슨 동물이 생각이 나냐고, 왜 남에게 물었냐면 그때는 내 스스로의 안목보다는 객관적 시선이 필요했던것 같았다. 그러다가 의견을 모아보니 과반수가 블랙팬서 즉, 흑표범을 이야기해주었었다. (+ 과거 유일한 마블 최애작품 블랙팬서에 미쳤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계셔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기억해주다니 너무 감동일지도... ) 딱이었다. 검은면도 많아서 그깟 망한 타투쯤은 숨기고 없애버릴 수 있었다. 제작 도안은 처음이라서 이래도 해보고 저래도 해보고 h님과 심도있는 토론을 했던것으로 기억한다. 어듬속에서 나오는 느낌으로 배경이 어두웠으면... 음.. 그건 너무 도안이 모두 어두워버리면 메인이 제대로 안보일거예요... 그렇군요...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기나긴 상의끝에 도안은 완성되었고 지금의 내 왼팔에 떡하니 자리하고있다. 의도한건 아닌데 왼팔에는 9n년생들의 상징이자 자랑인 불주사 자국 점박이 20개정도가 있는데 그녀석도 커버업이 되어서 망한타투도! 불주사자국도! 커버가능합니다!! 작업이 되었다. 많은분들에게 도움이 되셨기를.. 액자 프레임이라서 퍼지지않고 내팔에 착! 감겨있는 감각이 좋아서 가끔 바라볼때가있는데 부위가 부위인지라 그리고 물이 엄청 닿는곳이라 블랙팬서가 다크그레이팬서, 딥그레이팬서 가 되어가고있긴한데 아무렴 어떠랴 나의 잘못된선택을 어린아이 이불덮어주듯이 싹- 덮어주는데 그것만으로 성공을 넘어 대작이라고 생각한다.

11. 망한타투가 커버업되듯이 인생도 커버업이 된답니다.
27살의 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이란 한치 앞도 모르는법 도전했던 일이 맞지않는다는 사실을 눈물과 함께 인정하고 보내주고나니 이젠 다른 일인 당시 가장사랑한 브랜드였던 유니클로가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있었다. 어딘가에 속하고싶고 외로운게 싫었던 나는 그곳으로 향하게된다. 시작이 이랬으니 끝역시도 좋지않았다. 작년 초까지만해도 그나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던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서 아쉽고 슬펐는데 지금은 상태가좋아도 그 브랜드에 별로 안설레는걸보니 잘만나고 헤어진 연인같은 존재가 되었구나 싶다. (+ 추가로 덧붙이면 나는 이 당시의 방황이 정말 제때와줬고 너무 고마운 순간이라고 회고한다. 지금 난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데 이 당시의 내가 없었다면 현재의 내가 나를 사랑하는만큼 날 크게 사랑할수있을지 의문이고 그때 당시 나의 20대 후반이 정말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추억된다는 사실을 단호하고 명확하게 말하고 가고싶다.)
12. 내삶은 다른 누구도 그 어떤존재도 진압하고 통제 할 수 없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내가 어디에나 쓰는 프로필사진인 한문마크 이제는 내 정체성이자 가치관이 되어버린 그 한글자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망한타투가 사실 하나가 아니라 두개였어요 짜잔! 이 친구도 사이즈가 작아서 수습은 쉬웠지만 평생 안할거라 생각했던 레터링을 하게되는 계기가 된다. 우선 의미는 이름 마지막글자인 '진' 이며 네이버 한문사전에 의하면 [ 鎭자는 ‘진압하다’나 ‘누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鎭자는 金(쇠 금)자와 眞(참 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眞(참 진)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무거운 솥’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솥을 그린 眞자에 金자를 더한 鎭자는 솥처럼 무거운 것으로 눌러 제압한다는 뜻이다. 鎭자가 가진 ‘진정시키다’나 ‘진압하다’라는 뜻도 모두 누른다는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 라는 뜻으로 나오는데 나는 예약당일날 손목에 새겨진 타투를 내려다보며 내 삶은 내가 진정시키고 진압하고 컨트롤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 한자를 이름에 새겨주신 외할아버지에게 감사를 표하며. (물론 그는 그 뜻으로 넣어준게 아닌거같긴하지만 해석은 내맘대로 할거예요. 원래 처음으로 태어난 손주는 제멋대로고 자기맘대로 살기마련이죠. 그래도 살아계실때 누구보다 더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타투가 손목에 아주 진하게 새겨졌을때 삶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인생을 줄곧 미드에 비유하곤하는데 한창 주인공들이 소개되고 재밌을 시즌1이 2019년이었고 슬슬 불화나 사건들이 생기고 주인공들이 고민에 빠지는 시즌2가 2020년 2021년 이었으며 가장 재미없고 스토리가 지지부진하며 팬들마저도 이제는 의리로 보거나 다시 재밌어질 타이밍을 노리는 시즌3가 2022, 2023년 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번시즌이 끝나면 이제 상도 타고 작품성도 더 성숙해져서 돌아올거야 좀만 참아 원래 드라마는 그런식이야 인생은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장편의 드라마이며 그 장르가 왕좌의 게임이 될지 프렌즈가 될지 닥터후가 될지 오피스가 될지는 너에게 달렸어 라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달래서 새 시즌이 오픈되었다. 우리 드라마 아직 정상영업합니다.(근데이제 첫시즌의 주인공들이 몇명 사라지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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